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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종신형과 27년 6개월의 감옥 생활(넬슨 만델라의 인내심)

by 전갈 2022. 8. 3.
2022년 8월 3일(수)

넬슨 만델라는 191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42세가 되던 해인 1964년 무기징역을 받고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27년의 긴 시간을 보낸 후 1990년 출소했다. 44세부터 72세까지 인생의 황금기 절반 이상을 감옥에 보냈다.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 23년을 더 살다가 2013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사이에 흑백으로 극심하게 분열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통합하고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넬슨 만델라는 체포되던 당시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백인우월주의에 뿌리를 둔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절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50년 국민을 순수한 아프리카 흑인, 혼혈 유색인종, 백인으로 구분하는 주민등록법을 시행했다. 흑인은 백인과 결혼 금지, 버스 승차 분리, 참정권 부정, 거주지역 분리라는 극심한 차별 대우를 받았다. 심지어 식당의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하는 등 국민의 16%인 백인을 위해 국민의 대다수인 흑인과 혼혈 유색인종을 차별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경찰을 보고 만델라는 무장투쟁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날 18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하는 것을 본 그는 비폭력주의를 버리고 무장투쟁으로 전환한다. 그는 체포 직전까지 무장투쟁을 외치며 해외에서 군사훈련까지 받았다. 1962년 체포될 당시 그는 ‘검은 별봄맞이꽃’이라는 별명이 붙은 거물급 무장투쟁론자였다. 그런 그가 언제 석방될지 모르는 암울한 현실에서, 그것도 자유가 억압된 교도소에서 무려 27년 6개월을 버텼다. 보통 사람이면 온전한 정신과 신념을 보존하기 힘든 시간이다. 

 

만델라는 지독한 낙관론자였다. 그는 항상 머리를 태양을 향해 똑바로 치켜들고 발을 내딛는다고 말했다. 자서전에서 그는 "인간성에 대한 나의 신념이 혹독한 시련을 겪는 어두운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절망에 굴복하지 않으려 했고 굴복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곧 패배와 죽음의 길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종신형으로 감옥에서 죽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준비만 잘하면 언젠가는 자유인으로 아프리카 대지를 두 발로 걸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사고를 했다.

 

한때 피델 카스트로, 마오쩌둥, 체 게바라의 저서들을 읽으면서 무장투쟁 전략을 수립하던 만델라였다. 그는 책상에 앉아있는 것보다 사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 그를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가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정부는 당연히 석방보다는 어떻게 하든 그를 죽일 심사였다. 정부는 주변 사람을 통해 탈출할 것을 꼬드겼다. 그가 탈출하는 순간 즉시 사살할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이를 모드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신형을 받은 만델라가 석방된다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헛된 꿈이라 생각하고 서서히 만델라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져 갔다. 27년 6개월이면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 이상 바뀌는 긴 세월이다. 

 

만델라는 감옥에서 채소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었다. 젊은 시절 선수 수준의 복서였던 그는 감옥에서 꾸준히 운동을 계속했다. 매일 권투 연습과 유산소, 무산소 운동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았다. 감방 안에서 제자리 달리기를 45분, 손가락 짚고 팔굽혀펴기 200회, 윗몸 일으키기 100회, 허리 굽히기 50회 이상을 했다. 그것도 72세가 넘은 나이에 감옥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이렇게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긴 세월을 자포자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준비만 잘하면 언젠가는 자유인으로 석방될 거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그가 참으로 대단하다. 쉽게 조바심내고 인내심의 바닥을 보이는 나로서는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일에 진득하니 몰입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다 실패한 적인 한두 번 아니다.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다. 74세의 나이에 종신형에서 석방된 만델라가 이룬 업적을 보면 생각할 게 많다. 소시민으로 사는 내게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인내하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