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힘든 일을 실제보다 더 힘들게 느끼는 것도 마음이고, 슬픈 일을 남보다 더 슬프게 느끼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인체 내 물질의 흐름이라면 그 흐름을 잘 조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자극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의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안정적이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거나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에 가까우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적일 것이다.
타인의 말이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급격하게 변한다. 그렇게 되면 쉽게 흥분하고 몸의 균형도 빠르게 무너진다. 체질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마음이 문제를 일으킨다. 마음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 심리학은 사람의 심리상태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이라고 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잘 대처하고 감정의 기복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남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긍정적인 마음은 긍정적인 뉴런의 활동을 유도하고 순수한 마음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마음이 숙성해야 한다. 마음도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순수한 마음이 된다. 마치 김치가 발효하듯 그렇게 익는다. 배추에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갓 담근 김치는 신선한 맛이 난다. 겉절이를 반찬 삼아 밥을 먹어도 맛이 난다. 담근 지 하루 이틀 된 김치는 오히려 맛이 없다. 발효하지 되지 않은 김치는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김치가 발효하는 데는 여러 세균이 필요하다. 젖산균 말고도 여러 종류의 인체에 유효한 세균들이 김치를 발효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 김치가 발효하여 먹기 좋고 몸에도 좋을 정도로 익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 햇볕, 수분 등이 필요하다. 이제 적정한 온도에서 몇 주간의 숙성 시간을 거치면 김치는 맛있게 발효한다.
술도 발효와 충분한 숙성 시간을 가져야 향기롭게 익는다. 발레타인으로 유명한 위스키는 보리를 이용해서 위스키 원액을 만든다. 보리(맥아)를 제조(MALTING BARLEY), 제분(MILLING), 당화(MASHING)를 거치면 발효(FERMENTATION) 단계가 된다. 발효조(Wash Back) 안에 있는 맥아즙(Wort)에 이스트를 첨가하면 발효가 시작되고 당이 알코올로 바뀐다.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진 알코올 성분의 원액을 몇 가지 종류로 증류(DISTILLATION)한다. 이렇게 증류한 원액을 종류별로 오크통에서 최소 3년간 숙성한다. 숙성 과정에서 위스키는 오크통의 성분을 흡수하고 나무의 향과 색을 머금는다. 숙성과 저장 기간이 길수록 위스키의 향과 풍미도 더 짙어진다. 오크통에서 30년 혹은 40년 이상 된 발레타인이 사람을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지식과 경험이 지혜로 숙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고통과 시련이라는 효소가 첨가되기도 하고, 이것을 견디고 인내하는 숙성 단계를 거친다. 고통을 참고 이겨내고 인내하는 숙성의 시간이 지나면 지혜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세상의 현자치고 고통을 겪지 않고 아픔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아픔을 인내하며 스스로 한계를 넘었을 것이다.
우리 마음도 숙성하려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통의 순간에도 자신의 영혼을 꽉 잡아야 한다. 아픔을 겪지 않고, 울어보지 않은 현자는 없다. 마음도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지혜롭고 순수한 마음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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