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안 걸리면 다행이다?
"아, 얼마나 다행이냐? 우리 가족 중에는 치매 환자가 없다."
이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앞날도 그렇다고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치매의 주요 원인이 ‘노화’이다. 나이 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비례해서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 치매의 특징이다. 나이가 들면 치매를 발병하는 위험 요인에 빈번하게 노출된다.

2022년 60세 노인 인구 13,153,957명 가운데서 960,556명이 치매 환자다. 비율로는 노인 인구 가운데 치매 환자는 7.3%가 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9,010,545명 가운데 약 935,087명이 치매 환자로 비율이 10.38%로 증가한다.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젊은 치매 환자는 약 9만 명이나 된다. 젊은 치매 환자의 수도 그리 작지 않은 숫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치매 종류만 해도 약 수십 가지다. 그 가운데서도 알츠하이머가 원인이 된 치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해마다 치매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 그것도 65세를 기준으로 나이가 5세가 증가할 때마다 거의 2배씩 치매 환자가 증가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85세 이상이 되면 치매 환자의 비중이 33.9%로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명은 자꾸 늘어나 이제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이대로 가다간 90세 인구 중 절반이 치매 환자가 될지도 모른다. 축복받은 100세 시대가 아니라 저주받은 노년이 될까 두렵다.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젊은 사람은 또 그들대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머릿속에 치매가 똬리를 틀고 있어 누구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나 깨나 건망증 조심, 꺼진 기억도 다시 살리자'라는 구호라도 외쳐야 할 판이다.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한 덕분에, 치매와 관련한 의료나 서비스가 개선됐다. 의료 비용 부담도 어느 정도 완화하고 지역 치매 센터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여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았다. 환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볼 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놀이 프로그램으로는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병은 오로지 가족의 몫이다.
“엄마는 중증 치매 환자입니다. 종일 엄마를 돌보다 보면 숨이 막힐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우아하던 엄마가 거친 욕을 하고 화를 버럭버럭 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켜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어머니가 중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어느 중년 부인의 이야기다.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 간병인의 도움 없이 치매 환자를 관리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더구나 전문 지식이 없는 가족의 헌신과 봉사는 치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애정이나 돌봄 정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 일어나는 일이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과 사리 판단 능력은 형편없이 나빠진다. 갑자기 돌발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얼토당토않은 말도 한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최소한 누군가 한 명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 발병 초기에는 가족이 그 일을 담당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가족이 돌보기에는 한계에 부딪힌다.
가족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이 되면 병원이나 시설 등에서 환자 관리를 맡는다. 병원이나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이 환자를 돌본다. 아직 간병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민간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지만 치유 프로그램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 치매 환자의 가족은 애가 타지만, 정책은 현실을 따르지 못한다.
기억력 회복과 인지기능 유지를 위한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산과 돈이 부족하니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어렵다. 하는 수 없이 가족이 직접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간병인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설혹 그런 사람을 구한다 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치매 가족은 돈 앞에 한 번 더 좌절한다.
진정 '지매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확고한 의지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예산을 넉넉하게 배정하고, 돈을 제대로 치매 환자 간병에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 치매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쥐꼬리만큼의 예산'을 쓰고 '치매 없는 국가' 만들었다고 생색내는 일을 말아야 한다.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홍보만 그렇듯 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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