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를 마이 멕여야 한다.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대사의 한 토막이다. 2005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약 800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니 크게 성공했다. 이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18년이나 흘렀으니 세월은 참 빠르고 무심하다. 그때보다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 그래서 뭐를 많이 먹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전쟁 당시 깊은 산속 오지마을에서 우연히 한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마주쳤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곳으로 모였다는 영화적 상상력이 재미있다. 죽이고 죽는 살벌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군인들이 모였다. 여차하면 총을 쏠 판이니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러다가 이들은 어느새 순박한 마을 사람과 어울리며 지낸다.
영화 속의 인민군 장교는 나이 많은 촌장의 카리스마에 놀랐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작은 그가 산골 마을의 억센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 그에게 인민군 장교가 묻는다.

"뭐 그리니까니,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을 휘어잡을 수 있는 거 뭐....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뭐요?"
이 물음에 대한 촌장의 대답이 바로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이다. 카, 이보다 더 날카롭게 지도자의 카리스마 비법을 말할 수 없다. 공자가 말한 ”백성이 배불러야 나라가 평안해진다 “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성실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배곯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CEO의 능력이다.
손대는 것도 우선순위가 있다.
경기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몸살을 앓는다. 손쉬운 방법이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수당을 줄이고 각종 복지 혜택을 없앤다. 그리고도 안 되면 월급에 손대거나 급기야는 사람을 자른다. 이름도 거창하게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이쯤 되면 능력 있는 직원들은 알아서 딴 곳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비용을 줄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줄일 곳을 줄여야 제대로 효과를 본다. 높은 분들은 돈을 펑펑 쓰면서 정작 직원들의 수당을 삭감하면 앞뒤가 바뀐 이야기다. 일은 직원이 한다. 그들의 사기가 높아야 생산성도 높아진다. 우선 먹기 좋다고 곶감을 빼먹듯 먹고 나면 진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비용을 찾아내야 한다. 쓸데없이 새는 돈을 막아야지, 직원들 밥그릇을 뺏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방법이 없다면 별도리가 없다. 그때는 솔직히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한 후 윗분들도 강력하게 살을 빼는 모습을 보이면 누가 회사 방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최근 날카로운 분석 기사로 떠오르는 <더팩트(THE FACT)>이다. 침대를 전문으로 만드는 양대 기업의 위기 탈출 전략이 다르다면서 멘트를 요청했다. 한 회사는 근로자의 수당을 삭감하는 이익 방어전략을 취한다. 다른 경쟁회사는 근로자의 처우를 보장하면서 사회적 책무와 환경을 고려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전략을 유지한다.
과연 어느 회사의 전략이 맞을까? 두고 보면 알겠지만, '뭘 마이 멕여야 한다'는 말이 귀에 맴돈다. 사실 이 말을 실천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일보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능력 있는 지도자는 분명 이걸 해낸다.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본질이 여기에 있다.
비용 절감, 당연히 해야 한다. 먼저 근로자의 월급에 손대지 말고 높은 분들의 이익을 나누면 어떨까? 자본주의적 사고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줄일 때 줄이더라도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근로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다 해봐도 안 된다면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백약이 무효'가 되지 않으려면 약을 투약하는 순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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