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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경제학

이생망? 다시 도전한다!!

by 전갈 2023. 6. 19.

의욕적으로 준비한 프로젝트가 떨어졌다.
열심히 준비하고 최대한 노력했다.
꼭 될 줄 알았는데
예선을 통과하고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슬아슬하게 2등이다.
1등만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지만
정작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속이 쓰리고 마음이 아프다. 
 
기대가 큰 만큼 상처도 깊다.
제대로 되었더라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모처럼 인생의 반전이 오나 싶었다.
요즘 마음 쓸 일이 많아 더 간절했다.
 
고기도 먹은 본 사람이 맛을 안다.
승리도 해 본 사람이 이기는 법을 안다.
이번에는 승리의 고기 맛을 제대로 보나
그런 기대로 설렜다.
 
긍정은 자주 나를 배신한다.
절박하게 기도해도 응답이 없다.
승리의 신은 잘 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나만 외면하는 게 아닐까.
 
운이 없어서 그렇다.
복이 없어서 그렇다.
다 맞는 말이다.
운도 복도 실력이라 했다.
결국 실력이 모자란 탓이다.
 
1등만 뽑는 경쟁에서 2등은 무척 아프다. 
2%가 부족하다고?
그런 말은 위로가 안 된다.
100%를 충족하지 못한 실력은 의미가 없다.
경쟁은 늘 잔인하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마음이 무겁다.  
원인이 내게 있으니 딱히 하소연할 곳은 없다.
전생에 덕을 쌓지 못한 탓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해본다.
 
그렇다면 '이생망'? 설마? 
벌써 포기하기에는 아쉽다. 
수석 탈락자니까 완전히 꽝은 아니라는 뜻이겠지.
그걸 위안 삼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해야 할까.
 
아직도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내가 밉다.
낙방한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실망하고 화를 삭이지 못하다니
못나도 이만저만 못난 게 아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슬퍼진다.
 
급격히 의욕이 떨어진다.
자칫하면 우울 모드에 빠지기 쉽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마음을 추슬러 화실로 갔다.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으로.. 
 

밑그림과 배경을 시작한 모란

돈을 부른다는 모란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속물이 된 지 이미 오래라 노골적으로 그걸 표현한다.
밑그림을 그리고 배경을 먼저 칠했다.
아직 투박하고 거칠다.
 
먼저 종이 위에 물을 잔뜩 발랐다.
그 위에 물감을 칠하는 번지기 기법을 이용한다.
배경을 강한 톤으로 먼저 칠했다.
꽃 그림은 뒤에 밝은 빨간색으로 색칠할 생각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나아졌다.
우울할 때는 어디엔가 몰입하는 것이 좋다.
당분간 모란이라도 제대로 그려보자는 생각이 든다.
 
급하게 서둘지 말고 며칠 여유를 갖자.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가 없다면 성공했겠지.
꼼꼼히 따져보고 고치자.
 
다시 준비하고 도전해야지 별수 있나.
있는 건 얕은 재주뿐이지만
그걸로라도 부딪쳐 봐야지.
언젠가 '쨍하고 해 뜰 날' 오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