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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경제학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by 전갈 2023. 6. 22.
사진 Pixabay

사랑의 기술 혁신      

“사랑이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인가?”라고 한 친구가 말한다.

"기술은 무슨 기술,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지. 만나기만 하면 제대로 사랑할 거야?"라며 다른 친구가 맞장구를 친다. 그러면서 둘이 동시에 외친다.

  

"그래!! 좋은 사람을 만나기만 해. 멋진 사랑을 할 거야"

 

우리는 사랑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사랑의 기술을 배우는 데는 관심이 없다. 누굴 만날 것인가만  생각하지 정작 어떤 사랑을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처음 설렘이 쭉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착각 때문에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정작 사랑하는 기술을 모른다.     

 

일찍이 독일 출신의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자신의 저서『사랑의 기술』(문예출판사, 2019)에서 "사랑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은 사랑에 빠진 사람도 사랑하는 기술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그 사랑은 오래가지 않고 시들고 만다. 

 

우리는 사랑에 한 번 빠지면 그걸로 끝나는 줄 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해 본 사람은 사랑을 지속하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을 잘 안다. 그래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의 기술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사랑은 금방 수명을 다한다. 불타는 사랑의 불꽃도 그냥 두면 2~3년이면 사그라든다.

 

우리가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까닭은 질 좋고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익혀 사랑의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하는 일은 돌봄, 존중, 책임감, 앎을 수반하는 생산성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 혁신을 통한 높은 사랑의 생산성만이 연인들의 사랑과 행복을 오래 지켜준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신제품은 처음 나올 때는 신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행에 뒤떨어지고 관심이 시들해진다. 기술을 혁신해 새로운 상품을 창조하지 않으면 이내 구닥다리가 된다. 아무리 좋은 신상품도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한다. 그런 점에서는 사랑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사랑을 신선하게 오래 유지하려면 사랑도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운명처럼 누굴 보고 첫눈에 반하거나 가슴에 번개가 치듯 화들짝 사랑에 빠지길 꿈꾼다. 그것을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긴다. 그것이 운명이 아니라 착각이라면 어떻게 하나. 처음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는 상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그저 외모나 순간의 느낌을 보고 훅하고 사랑에 빠진다.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사람과 같이 살면 처음에는 꿈같이 달콤하다. 함께 살다 보면 상대를 실체보다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실망하고 다투기 시작한다. 말을 무심코 내뱉고 상대를 비난한다. 사랑하는 이를 배려하는 기술을 익히지 않는 우리는 얼마나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른다. 사랑의 기술을 배우지 못한 우리는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른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끝내 헤어진다.      

 

사랑의 불꽃이 식을 때     

 

사랑의 기술 혁신이 필요한 결정적인 시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쓸쓸한 일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하면서 우리는 아무런 기술 없이 덤빈다. 너무 쉽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에 빠졌다고 황홀해한다. 첫눈에 반하는 뜨거운 사랑은 머릿속에서 용솟음치는 호르몬의 작용이다. 허탈하지만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머릿속 화학물질은 길어야 2년에서 3년이면 줄어든다.      

 

영원할 것 같은 뜨거운 사랑의 수명도 오래가지 않는다. 사랑의 불꽃은 점화하고, 타오르고, 정점에 도달했다가 서서히 식는다. 사랑의 불꽃이 강해지다가 어느 순간 약해지는 변곡점을 맞는다. 이때부터는 사랑의 불꽃이 조금씩 약해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남는다. 이 상태를 그대로 두면 사랑의 포화점을 맞는다. 사랑의 불꽃이 꺼지는 그런 순간이 온다. 

 

운명 같은 사랑이 있긴 한 걸까? 사람들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영원할 줄 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온종일 그 사람 생각으로 가슴 떨리는 그 사랑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불같은 사랑이 식다니, 영원한 사랑의 불이 쉬 꺼질 줄 몰랐다. 그냥 내버려 두면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기술을 익히고 부지런히 연마해야 한다. 사랑이 변곡점과 포화점을 만날 때 사랑의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        

   

착각이든 아니든 머릿속의 화학물질이 평생 용솟음치든 그런 사랑도 좋다. 너무 좋아 평생을 두고도 사랑의 샘물이 파도친다면 그 또한 복 많은 일이다. 사랑의 변곡점도 없고, 포화점도 없는 그런 연인도 있을 것이다. 바라만 봐도 도파민이 솟고,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덕분에 스킨십의 행복에 빠질 것이다. 아쉽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신이 창조한 것에도 모든 것에도 수명이 있다. 자연도 오래 두면 시들고, 저 하늘의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물며 인간이 만든 것의 수명은 더 짧다. 사랑도 우정도 그렇다. 오래 두고 사용하려면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 당신은 사랑의 기술을 혁신하지 않는다고? 그러고도 사랑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면 말이 안 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