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눈을 뜨면 아직 해가 나지 않아 어둠이 반긴다. 눈은 어둠에 적응하느라 잠시 머뭇거린다. 어둠이 눈에 들어오면 침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체조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윽고 해가 솟으면 집안의 모든 것들은 제각각의 색으로 깨어난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그리고 색채가 우리 눈으로 들어온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 매시간 빛과 색채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한다. 빛이 없다면 밝음과 어둠이 없고 색채도 없다. 또 빛이 있다 해도 색채가 없으면 우리는 오직 투명한 눈부신 세상만 볼 것이다. 이처럼 빛과 색채는 우리가 세상을 세상답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얗게 보이는 태양 빛을 우리는 ‘백색광’이라 부른다. 사실 보기에는 투명하게 보여도 태양 빛은 다양한 색깔의 빛을 포함한 빛의 덩어리다. 우리가 보는 색깔도 빛의 덩어리에서 나온다. 태양 빛의 덩어리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을 품은 빛이다. 이를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다 해서 가시광선이라 부른다. 이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자외선과 적외선도 빛이면서 모두 태양 빛 속에 있다.
그런데 가시광선과 자외선 그리고 적외선의 차이는 뭘까? 이들은 다 같이 태양 빛 안에 있지만, 파장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성질을 띤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은 380nm~780nm의 파장을 갖는다. 가시광선 보라의 파장 경계선인 380nm 이하의 짧은 전자기파는 자외선, X-Ray, 감마선의 순서로 파장이 짧아진다. 자외선은 강한 햇빛으로 피부를 태우고, X-Ray는 인체 촬영에 쓰인다. 방사능 물질에서 나오는 감마선은 전자기파 가운데서 가장 짧은 파장을 갖는다. 이처럼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는 분자 속의 전자를 튕겨 날아가게 함으로써 분자의 화학 결합을 파괴한다. 이들이 세포 안의 DNA에 닿으면, DNA 분자 속에 있는 전자를 튕겨 나가게 하여 DNA의 결합이 끊어지는 등 DNA에 상처가 생긴다. 이처럼 자외선, X-Ray, 감마선은 DNA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인체에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가시광선 영역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가시광선 빨강의 파장 경계선인 780nm 이상의 긴 전자기파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파(라디오파)의 순서로 파장이 길어진다. 적외선은 야간 관측용 장비에 사용되고,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를 진동이나 회전 운동을 하게 만들어 물을 데운다. 전자 레인지지는 마이크로파의 기능을 활용해서 수분을 가열하고 음식을 데운다. 그리고 전자기파 가운데서 가장 파장이 긴 전파(라디오파)는 휴대 전화 등의 통신 장비에 주로 쓰인다.
우리 눈은 파장의 길이가 380nm(나노미터)~780nm(나노미터)인 가시광선인 빛만 볼 수 있다. 가시광선에서도 파장이 짧은 쪽은 보라색으로 보이고, 파장이 긴 쪽이 빨간색으로 보인다. 780nm(나노미터)를 넘어가는 파장을 빨강(적색) 파장(620~780nm)의 범위 밖에 있는 광선이라는 뜻으로 적외선이라 부른다. 반대로 보라색(자색)의 파장(380~425nm)의 경계선인 380nm보다 짧은 광선을 보라색 밖의 선인 자외선이라 부른다. 이 사이에 있는 색깔은 서로 다른 파장을 갖고, 이 파장의 차이가 색깔의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우리가 아는 색깔은 가시광선의 길이가 다르기에 생겨난다. 가시광선 가운데서도 파장이 가장 긴 빛이 산란하면 빨간색이 되고, 파장이 가장 짧은 빛이 산란하면 보라색이 된다. 또 가시광선의 빨간색보다 더 긴 파장의 빛은 자외선이고, 보라색보다 더 짧은 파장의 빛은 적외선이다. 우리 눈으로는 적외선과 자외선을 볼 수 없다. 가시광선은 눈의 망막 세포에 포함된 감광 색소의 분자 속에 있는 전자를 흔든다. 그 결과, 감광 색소의 분자 구조가 바뀌고 이 신호가 시신경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어 사물을 인식한다.
만일 가시광선 속에 존재하는 빛들의 파장이 같으면 하나의 색깔만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볼 없을 것이다. 클림트의 <키스>의 황금색과 고흐의 <해바라기>의 노란색도 빛이 있기에 아름다운 색채로 빛난다. 태초에 빛이 없었다면 색채도 없었다. 세상은 그저 깊은 어둠의 공간일 뿐이다. 빛이 비치지 않은 우주 공간이 깊은 어둠 속에서 침묵하듯이 지구도 그런 어둠의 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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