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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미학

빅 데이터로 요리하기

by 전갈 2022. 3. 25.

세계적인 셰프들은 레스토랑 경영에서 빅 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고객의 자료를 활용하여 그들의 취향에 적합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잠재적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활용한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나이와 연령에 따라 좋아하는 음식의 차이를 분석하여 잠재적 고객의 취향을 파악한다.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에는 조리와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환된다. 유명한 레스토랑은 자체적으로 페이스북과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잠재 고객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축적된 많은 양의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가공하여 사람들에게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앱들이 비 온 후 죽순 자라듯 생겨난다. 가까운 곳에 어떤 레스토랑의 메뉴와 가격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지금 예약을 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대기시간까지 일러준다. 앞으로는 레스토랑에 예약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전화번호를 누르는 수고로움 대신에 예약 전문 앱을 통해 신속하게 예약을 하거나 원하는 위치까지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레스토랑들이 메뉴를 온라인에 많이 올려놓았다. 스탠포드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댄 주래프스키(Dan Jurafsky)는 레스토랑의 위치, 음식 유형 등 다양한 항목을 분석하여 레스토랑의 메뉴에 숨어 있는 다양한 경향을 분석했다. 먼저 뉴욕, 보스톤, 시카고,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의 7개 도시의 현대식 메뉴 6,500건과 총 65만 건의 요리 가짓수를 입수하였다. 방대한 양의 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입수하고 분류하기 위해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팀과 조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다.

 

음식의 언어 - 댄 주래프스키

 

주래프스키는 연구를 통해 레스토랑 메뉴의 단어 수와 음식의 가격, 사용하는 단어와 레스토랑의 가치, 재료의 실제 사용 여부 등 다양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레스토랑이 요리를 설명하는 데 긴 단어를 쓸수록 음식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을 설명할 때 이국적이나 향신료같은 단어를 쓸 때마다 음식값이 올라간다. ‘굉장한’, ‘훌륭한’, 즐거운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형용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음식값이 낮아진다. 반면에 오독오독한‘, ’쫄깃쫄깃한처럼 표현이 구체적인 음식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할인 폭이 낮다. 값비싼 레스토랑의 메뉴에서는 모호한 형용사적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표현을 많이 쓴다.

 

지금까지 레스토랑들은 고객 정보나 레시피 데이터 수집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떤 레스토랑의 음식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고 분위기가 좋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알아서 먼 길을 찾아서 온다. 사람들의 예약은 넘쳐나고 항상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에서는 굳이 고객들의 세세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없다. 가만있어도 장사가 잘 되는데 굳이 돈 들여가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급속히 팽창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는 상권분석을 위해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도 잠재적 고객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레시피 개발을 위해 빅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독립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역량과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음식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연일 새로운 형태의 식당이나 레스토랑이 문을 여는 환경에서는 고객을 불러오기 위한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발 빠른 레스토랑들은 이미 빅 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한 고객 마케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잠재적 고객의 유치 및 확대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고객들의 연령층, 자신들의 만드는 음식에 대한 선호도, 고객 취향의 차이 등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메뉴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대형 레스토랑 검색 사이트와 업무 제휴를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빅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급 레스토랑 검색과 예약을 위해 모바일 앱이 출시되어 활용되고 있다. 포잉(www.poing.co.kr)은 국내의 유명한 호텔 및 대형 레스토랑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람들에게 편리한 앱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소개하고 음식 코스와 메뉴 등을 상세히 소개해 준다. 사람들은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는 레스토랑과 메뉴를 쉽게 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레스토랑의 메뉴에 관한 정보를 줌으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처럼 전국의 레스토랑의 실시간 정보를 얻게 된 것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한 덕분일 것이다.

 

빅 데이터 분석기법의 발전으로 고객들은 편리하게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레스토랑 검색 앱을 다운받고 자신이 원하는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을 쉽게 검색한다. 추천된 레스토랑 가운데서 자신의 취향과 가격이 맞는 곳을 예약한 후 그곳으로 가서 음식을 즐기면 된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과 빅 데이터 분석기법의 발전은 음식 애호가들에게도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는 대신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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