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空을 단련하는 날이다. 일종의 수련인 셈이다. 골프라는 운동을 통해 空을 실천하려 한다. 골프와 空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런 물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두 개가 전혀 관련이 없다. 하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이다. 공과 철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골프는 몸이 반응하고 空은 정신이 반응한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몸이 익혀야 하는 골프를 불법의 空에 견준다는 생각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본래 청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세속을 떠나 고용한 산속에서 수양할 수도 있고, 시끌벅적한 속세의 거리에서도 도를 깨칠 수 있다. 오히려 악다구니가 난무하는 세속의 삶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위의 소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자신을 더 자주 관찰하는 기회가 생긴다. 다른 사람을 보고 시샘하고 질투하며 헛된 욕망에 시시각각 휘둘리는 자신을 자주 만난다. 본래의 청정한 자아를 잃고 욕망의 떼가 덕지덕지한 자신을 바라보며 청청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열망을 키워야 한다.
골프는 특히나 예민한 운동이다. 조금만 동작이 잘못되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간다. 그럴 때마다 발끈하고 화가 솟구친다. 100의 타수를 기록한다면 `8홀을 도는 동안 100번의 스윙을 한다. 그 100번 가운데 제대로 된 샷이 몇 개나 될까? 이 정도 숫자면 아마 10~20개 안쪽으로 좋은 샷이 나온다. 나머지 80~90개의 샷은 잘못된 것이다. 그만큼 화를 내고 질투하고 스스로 책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얼마나 좋은가? 이만큼 자신을 단금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달랠 수 있니. 도를 깨칠 수 있는 훈련을 어디서 이만큼 할 수 있단 말인가?
샷 미스가 많이 나올수록 자신을 인내하고 단련할 수 있기에 골프와 空은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다. 잘못된 샷의 개수만큼 자신을 단련한다면 골프만큼 아름다운 스포츠가 없다. 그러니 매번 마음을 비우고 즐거워하면 된다. 그러나 생각은 멀쩡하고 다 아는데 행함이 어렵다. 空을 깨닫는 것도, 골프를 깨치는 것도 다 수양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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