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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空과 골프

by 전갈 2022. 3. 23.

오늘은 空을 단련하는 날이다. 일종의 수련인 셈이다. 골프라는 운동을 통해 을 실천하려 한다골프와 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런 물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두 개가 전혀 관련이 없다. 하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이다. 공과 철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한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골프는 몸이 반응하고 은 정신이 반응한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몸이 익혀야 하는 골프를 불법의 에 견준다는 생각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본래 청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세속을 떠나 고용한 산속에서 수양할 수도 있고, 시끌벅적한 속세의 거리에서도 도를 깨칠 수 있다. 오히려 악다구니가 난무하는 세속의 삶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위의 소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자신을 더 자주 관찰하는 기회가 생긴다. 다른 사람을 보고 시샘하고 질투하며 헛된 욕망에 시시각각 휘둘리는 자신을 자주 만난다. 본래의 청정한 자아를 잃고 욕망의 떼가 덕지덕지한 자신을 바라보며 청청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열망을 키워야 한다.

 

골프는 특히나 예민한 운동이다. 조금만 동작이 잘못되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간다. 그럴 때마다 발끈하고 화가 솟구친다. 100의 타수를 기록한다면 `8홀을 도는 동안 100번의 스윙을 한다. 100번 가운데 제대로 된 샷이 몇 개나 될까? 이 정도 숫자면 아마 10~20개 안쪽으로 좋은 샷이 나온다. 나머지 80~90개의 샷은 잘못된 것이다. 그만큼 화를 내고 질투하고 스스로 책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얼마나 좋은가? 이만큼 자신을 단금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달랠 수 있니. 도를 깨칠 수 있는 훈련을 어디서 이만큼 할 수 있단 말인가?

 

샷 미스가 많이 나올수록 자신을 인내하고 단련할 수 있기에 골프와 은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다. 잘못된 샷의 개수만큼 자신을 단련한다면 골프만큼 아름다운 스포츠가 없다. 그러니 매번 마음을 비우고 즐거워하면 된다. 그러나 생각은 멀쩡하고 다 아는데 행함이 어렵다. 을 깨닫는 것도, 골프를 깨치는 것도 다 수양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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