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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경제학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

by 전갈 2023. 6. 16.

사진 Pixabay

욕망은 포화성을 갖는다. 

세상의 모든 욕망은 포화성을 갖는다. 욕망을 충족하면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원하는 수준을 만족하면 더 가진다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아니 만족한 이상으로 더 가진다면 오히려 싫어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욕망의 포화점을 지나서까지 소비하면 만족감이 하락한다.      

 

딸기를 좋아하는 나는 하나씩 먹을 때마다 즐거움이 솟는다. 신선한 딸기 한 개를 입 안에 넣을 때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향긋한 과즙이 영혼까지 맑게 한다. 손이 저절로 통통하게 잘 익은 딸기를 향한다. 요즘은 사시사철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봄날 제철 딸기의 맛이 으뜸이다.    

 

딸기 소비량에 따른 추가 만족감과 총만족감의 변화

위의 표를 보면 딸기를 먹을 때 나의 만족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처음 먹는 딸기의 만족감 크기가 10으로 제일 크다. 두 번째 딸기의 만족감은 9, 세 번째 딸기의 만족감은 8로 하나씩 더 먹을 때마다 추가되는 만족감은 조금씩 줄어든다. 그렇지만 총만족감은 10에서 19 그리고 27로 점차 증가한다. 다시 말하면, 딸기를 한 개씩 더 먹을 때마다 총만족감은 증가하지만, 딸기를 먹는 개수가 늘어나면 각각의 딸기가 주는 만족감은 조금씩 줄어든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한계효용체감(限界效用遞減)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한계효용(限界效用, marginal utility)? 이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숨이 꼭 막힌다. 그래도 내친걸음 계속 알아보자. 우리가 뭔가를 하나 소비할 때 그것으로부터 얻는 심리적 만족감을 한계효용이라 한다. 한계효용이 체감한다는 말은 소비하는 재화의 수량이 증가할수록 한계 효용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 교재에 나오는 한계효용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풀어썼다. 그래도 여전히 한계효용이란 말이 어렵다. 글자를 요모조모 뜯어봐도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낯선 용어라 선뜻 와닿지 않는다. 효용이나 만족감은 주관적 감정이라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경제학에서는 수치화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계효용은 딸기 한 개를 더 먹을 때 얻는 만족도의 증가분, 즉 추가 만족감이라고 이해하자. 딸기 소비의 한계효용이 체감한다는 말은 딸기 먹는 양이 한 개 한 개 늘수록 추가되는 만족감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위에 나오는 표를 보면, 내가 딸기 먹는 개수를 늘려갈수록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10, 9, 8, 7, 6의 크기로 줄어든다. 그러다가 포만감을 느끼는 10개를 지나 11번째부터 딸기의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마이너스로 변한다. 

 

욕망의 변곡점

내가 한자리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딸기 개수가 10개라고 할 수 있다. 씨알이 굵고 덩치가 제법 큰 딸기들이다. 그렇다면 11번째 딸기를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1번째 먹는 딸기는 즐거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속을 더부룩하게 한다. 마지막 먹은 딸기의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마이너스로 변했다. 

 

아, 마지막 한 개는 안 먹었어야 좋았다는 후회가 든다. 너무 과장이 심하다고? 그 말도 맞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으로 표현했다. 딸기가 아니라 돼지갈비 추가 1인분이라면 말이 될까. 돼지갈비를 딱 기분 좋을 만큼 먹었다. 그런데 그만 욕심을 내 돼지갈비 1인분을 더 먹었더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마지막 돼지갈비 1인분의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마이너스가 됐다. 

 

 

만족감의 그래프

 

위의 그래프를 보면 내가 10번째 딸기를 먹을 때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1이고 총만족감은 55이다. 11번째 딸기의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1이 되고, 만족감의 합이 54로 줄어든다. 딸기 소비에 따른 만족감의 최고치, 즉 욕망의 포화점은 딸기 10개라는 뜻이다. 나보다 딸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포만감을 주는 딸기의 소비량이 더 많을 것이다. 

 

우리가 손에 넣거나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만족감의 최고치를 가진다. 이것을 다른 말로 욕망이 포화하는 지점인 욕망의 포화점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포만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배가 불러 만족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음식을 더 먹으면 만족감이 떨어진다. 어떤 재화라도 욕망의 포화점 이상으로 소비하는 것은 오히려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다. 개인의 경제 활동을 설명하는 미시경제학에서 이 용어는 지존의 자리를 지킨다. 이 글에서는 한계효용의 순수 경제학적 설명을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손봤다. 심리적 개념을 수치화하다 보니 제대로 설명이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세상일이 그렇듯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도 예외가 존재한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질리지 않는 욕망의 포화점이 없는 재화도 있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이 돈이다. 사람이 돈을 발명한 이후 돈만큼 사람을 많이 울리고 웃긴 것도 없다. 그런데 돈은 욕망의 포화점이 갖지 않는 불포화성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