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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경제학

꺼지지 않는 돈의 욕망

by 전갈 2023. 6. 17.

 

사진 Pixabay

 

 

돈은 영원한 불포화성 욕망이다.   

"돈은 바닷물과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

“모든 재화는 한 가지 목적을 만족시킨다. 돈은 한 가지 욕구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욕구를 추상적으로 만족시킨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한 말이다. 흔히 염세주의 철학자의 대명사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돈에 관해 말을 많이 남겼다. 그런 그가 돈의 욕망 불포화성과 돈의 힘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하기야 아무리 유명한 철학자라도 사람인데, 돈 생각을 안 했을 리 없을 것이다. 

 

돈은 많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마치 바닷물이 갈증을 부추기듯 돈은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돈은 늘 배가 고프지만,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이 많아지면 더 가지려는 욕망이 줄어든다. 또 어떤 사람은 돈이 많을수록 더 가지려는 욕망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돈이 주는 만족감 자체가 줄거나 그것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부터 돈이 주는 추가 만족감과 총만족감의 관계를 살펴보자. 먼저 알아둬야 할 사실은 돈이 주는 만족감은 추상적이라 수치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수치로 표현한다. 또 돈에 대한 복잡한 사람들의 심리를 단순화해 설명한다는 점도 기억하기를 바란다. 

 

돈을 많이 가질수록 만족도의 증가 폭이 감소한다. 

먼저 돈에 대한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감소하는 경우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증가하는 경우를 소개한다. 중요한 사실은 어느 경우든 돈에 대해 포만감을 느끼는 욕망의 포화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돈은 영원히 포화하지 않은 욕망이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하는 데 따른 추가 만족감(한계효용)과 총만족감(총효용)의 변화

위 표에서 돈이 증가할 때 추가 만족감과 총효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자. 돈이 1억 원씩 증가한다고 할 때 추가 만족감은 차츰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돈이 없다가 1억 원이 생기면 얼마나 기쁠까. 최초 1억 원의 추가 만족감은 20으로 제일 크고, 총만족감은 20이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마다 총만족감은 증가하지만, 추가 만족감은 조금씩 감소한다. 그러다가 돈이 19억 원에서 20억 원이 될 때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은 1이 되고, 총만족감은 209에서 210이 된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의 감소

 

돈이 1억 원씩 늘어날 때 추가 만족감의 변화를 그렸다. 가진 돈의 크기가 20억 원이 될 때 추가 만족감은 1이다. 여기서 20억 원의 돈에서 1억 원이  총 21억 원이 돈이 된다. 추가 만족감의 크기는 1보다 작은 0.9, 0.8로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0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감소하더라도 0보다 작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총만족감은 조금씩이라도 증가한다. 

 

돈이 제공하는 추가 만족감이 어느 정도 크기로 감소할지는 알 수 없다. 또 사람마다 그 차이도 크다. 어차피 만족감은 주관적 개념이라 수치로 특정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추가 만족감이 마이너스가 아닌 한, 총만족감은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만 이해하면 된다. 

 

만일 돈을 충분히 가져 포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충분히 만족할 만큼 돈을 갖고 다면 돈을 더 갖더라도 즐거움보다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돈의 추가 만족감이 마이너스로 변하고 그때부터 총만족감은 하락한다. 욕망의 포화점을 지나면 돈을 더 벌어도 총만족감은 하락한다. 만족할 만큼 부를 축적하면 돈이 많아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 증가 폭이 둔화하면서 상승하는 총만족감(총효용) 곡선

 

욕망의 포화점을 지니면 돈을 싫어한다고? 이런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성직자들이나 득도한 스님들은 돈을 멀리할 뿐이지 돈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돈을 가지려는 아귀다툼이나 그 때문에 벌어지는 나쁜 일을 경계할 따름이다. 세상 사람 중 어떤 사람도 돈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위의 그래프는 돈이 늘어날수록 총만족감(총효용)이 증가하는 폭이 차츰 줄어드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도 총만족도 곡선이 꺾이는 포화점은 나타나지 않는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떤 사람도 돈의 욕망 포화점을 갖지 않는다. 돈을 둘러싼 형제와 자식 사이의 다툼은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지 돈이 빗는 것은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질수록 만족도의 증가 폭이 상승한다. 

이번에는 돈에 대한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증가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마다 추가로 느끼는 만족감이 커지는 경우다.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이 체감하는 것이 아니라 체증한다. 말하자면, 한계효용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람의 이야기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하는 데 따른 추가 만족감(한계효용)과 총만족감(총효용)의 변화

 

위의 표는 돈이 1억 원씩 늘어날 때 추가 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돈이 1원 생길 때 추가 만족감은 1이고, 총만족감도 1이다. 여기서 1억 원이 추가되면 추가 만족감은 2가 되어 총만족감은 3이 된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마다 추가되는 만족감의 크기도 증가하는 경우다. 당연히 총만족감도 증가하는데 증가하는 폭이 점점 더 커진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 추가 만족감(한계효용) 증가

 

이 사람은 돈이 많아질수록 추가 만족감(추가효용)의 절대 크기도 증가한다. 처음 1억 원이 주는 만족감보다 추가 만족감이 갈수록 증가한다. 이 사람은 돈이 19억 원에서 1억 원 추가될 때 추가 만족감(한계효용)의 크기가 20으로 제일 크다. 물론 돈이 더 늘어나면 추가 만족감의 크기도 같이 증가한다. 돈을 너무너무 좋아해 돈에 환장한 사람이다. 

 

돈이 1억 원씩 증가할 때 증가 폭이 상승하는 총만족감(총효용) 곡선

 

 

이 그래프는 돈을 가질수록 더 목마름을 느끼는 사람의 총만족감 곡선이다. 재산을 늘고, 돈이 많아지면 즐거움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다. 더구나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총만족감의 증가 폭이 더 커진다. 이런 사람은 돈의 욕망 포화점을 영원히 만날 수 없다. 이 정도 되면 아무리 부자가 되더라도 원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돈의 욕망 포화점을 설명하기 위해 현실을 단순화해 설명했다. 빈집에 소가 한 마리 들어오면 얼마나 기쁠까. 없는 살림에 돈이 생기면 그만큼 기쁜 일도 없다. 돈이 많아지면 처음만큼 추가 만족감의 증가 폭은 둔화하지만, 총만족감은 계속 증가한다. 사람이 돈에 대해 욕망의 포만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의 출발이다. 돈의 욕망 불포화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