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일(수)
공부 못하는 것이 죄일까?
공부를 잘 하는 게 오직 너희의 자랑이니? 그것 밖에 내세울 게 없니? 먼저 인간이 되는 게 도리이거늘, 오직 머리에 잡다한 지식으로 범벅하고 마음에는 욕망이 덕지덕지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피도 눈물도 없는 재주 많은 샤일록보다는 남을 위해 아파할 줄 아는 너희가 훨씬 훌륭하다. 공부를 좀 못 한 게 어찌 잘못이니? 도대체 공부 못하는 것이 무슨 죄란 말인가? 무엇이 잘 한 것이고 무엇이 잘 못한 것인가? 설혹 공부를 좀 못한다 해도 절대로 너의 탓은 아니다.
무엇 때문에 잘 못이라고 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다. 자신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하느라 그리 되었다면 잘 못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그리 되었는지 이유를 따져보지 않고 성적만으로 너희를 꾸중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왜, 무엇 때문에 그리 되었는지 한번은 물어봐야 했다. 그냥 건성으로 묻지 말고 너희들 내면에 자리한 슬픔이 무엇인지 알아주고 난 후 비난했어야 했다.
애초 공부를 잘 하고 못 하는 것이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아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반드시 착하다고,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을까? 물론 공부를 잘 하는 일은 착하고 옳은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이 잘 못된 것인 아니지 않은가? 그것이 옳고 그러고의 선악 판단의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고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공부를 빼어나게 잘 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나쁜 사람은 있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남을 괴롭히거나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도 많다. 하긴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서 공부로만 착함과 나쁨을 구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능력이다. 머리가 좋으면 남들보다 노력을 덜 하더라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남보다 좋은 머리를 가진 사람이 노력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다. 본인의 머리와 노력 가운데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특별히 좋은 머리는 남보다 적게 노력해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비슷한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머리 좋은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 된다. 만일 머리가 비슷하다면 노력이 성적을 가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설혹 머리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남보다 몇 배 노력한다면 그들을 추월할 수 있다.
그럼 머리가 좋다함은 무엇을 뜻하는가? 같은 시간을 들여도 암기하는 양이 많고 오래 기억한다면 분명 머리가 좋다. 이때 우리는 흔히 이런 경우를 기억력이 좋다고 말한다. 대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오래 전에 학습했던 내용들을 기억하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또한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남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쉽게 문제를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같은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면 머리가 좋지 않은 사람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하는가? 본인은 남들보다 덜 자고 덜 놀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자신의 머리가 남들보다 모자랄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평범한 수준의 성적을 낼 수 있지만 남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올리기는 애초부터 어려운 형편이다.
공부 머리와 세상 사는 머리
우리는 흔히 머리가 좋다고 이야기할 때, 무엇을 보고 그것을 판단하는가?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은 것만으로 머리가 좋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머리가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라도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머리가 좋다고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지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a; IQ)이다.
지능지수는 사람의 지적능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을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면서 머리가 좋다고 말한다. 머리가 좋다하면 남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높은 사람, 지적 유연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말로는 같은 양을 외우더라도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오래 기억하는 암기력이 높은 사람, 어떤 상황이든 그것을 빨리 이해하는 이해력이 높은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의 두뇌는 아직도 그 한계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무비한데 사람이 만든 도구로 측정한 수치를 가지고 사람의 지적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떤 사람은 암기력이 높지만 어떤 사람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창의적인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미술, 글쓰기, 말하기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끼를 가진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는 매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학교 공부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머리가 나쁘다고 비난받는 경우도 많다.
지능지수가 너무 높으면 공부 외에 다양한 방면의 관심과 취미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방해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지능지수가 무척 높다하면 단지 암기력이나 이해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넘어 예술과 창조성, 그리고 남다른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졌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암기를 하는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성적이 떨어지게 되어 머리는 좋은 데 공부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은 다들 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재능이 탁월한지 어떤지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지만 분명 자신이 다른 무엇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만일 사람이 모두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여 노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분야를 하도록 강요받게 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모두가 암기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현재와 같은 시험제도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천재가 될 수 있었는데
애초에 너희들도 좋아하는 분야가 있었고 분명 뛰어난 능력도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았고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기 때문에 그것이 아쉽게도 사라졌다. 이제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차라리 그 길을 가는 게 더 낳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이 좋아하지도 않고 소질도 없는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칭찬을 받는다면 누구나 흥미를 느끼게 된다. 잘하니까 재미있고, 재미있으니까 열심히 한다. 그렇게 되면 성공의 길을 갈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머리가 좋다는 것이 단지 지능지수만 높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우리가 다루는 지식의 양과 질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많은 지식이 하루에 쏟아지고 있다. 사람의 지능지수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머리가 좋다함은 지능지수가 높다는 단순한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지식은 하나의 주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제가 섞여 있고, 정보는 동시에 여러 분야가 융합되는 복잡화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변수로 측정된 지능지수로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사람의 능력과 재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단순히 암기력과 이해력을 가지고 측정하는 지금과 같은 능력평가방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오늘날 세상은 창조력, 감수성, 결단력, 원만한 대인관계, 그리고 생에 대한 사명감이 뛰어난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수리능력이나 암기력보다 고차원적인 뇌의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새롭게 살펴야 한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감성지수(EQ; Emotion Quotient)나 도덕지수(MQ; Morality Quotient)를 고려해서 사람의 역량을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외형적 성과나 성적지표만 가지고 사람의 능력을 가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과 도덕성,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성적은 높지만 인성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비록 성적은 그리 높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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