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화)
지금 네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금의 모습이 네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고? 더 나은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자신에 실망했다고? 괜히 우울해지고 슬퍼하고 소심한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들은 사람을 잘 사귀는데 너는 자신이 없다고?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작은 시련에도 쉽게 좌절한다고?
그럴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그런 점을 갖고 있다.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다. 우리는 모두 그럴 수 있다.
지금 네 모습이 그러하다고 해서 네 잘 못도 아니다. 애초 너는 잘 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너희들이 원하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저 사랑이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주 어릴 적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이 큰 상심이 되어 네 기억 저편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는 것은 아주 어린 식물이 듬뿍 햇빛을 받고 양껏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그러지 못한 식물은 시들고 잘 자라지 못 한다. 그늘진 곳에서 그저 웅크리고 숨죽여 살아간다.
그렇지만 너희는 식물이 아니다. 너는 스스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깨칠 수 있다. 그 깨달음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고 누구보다 찬란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을 낮게 보는 일이 왜 생겼는지 그 이유를 알면 된다. 아무리 깊은 상처도 치유되지 않는 것은 없다. 상상할 수 없는 trauma가 있다 해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음이 너의 능력에 있다. 원인을 안다면 극복은 시작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너의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된다.
유아들은 어머니로부터 이별을 하지 않아야 한다. 배가 고프면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 갓난아이다. 그에게서 엄마의 보호는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의 든든한 안전판을 만드는 기회이다. 울음을 터드려 자신이 배고픔을 알리는 것은 갓난아이의 생존본능이다. 이때 즉각적인 돌봄이 없다면 아이는 자신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면 아이는 안도할 것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배가 고파서 울다 지쳐 잠이 드는 상황이면 아이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
인지능력이 없는 갓난아이 시절에 형성된 불안한 세계는 무의식 세계에 깊이 새겨진다. 즉각적이 응답과 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평온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즉각적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눈앞에 있는 욕망과 대상에 집착하게 된다. 목청 높이 울어도 아무도 오지 않고 참고 기다려도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현실에 아이는 불안하게 된다.
아이는 지금 당장에 취할 수 있는 현실의 욕구에만 집착하고 미래의 보상을 믿지 않는다. 당장의 약속만을 신뢰하고 미래에 대한 약속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버릇도 이 때문에 생긴다. 오지 않는 어머니로 인해 받은 상처는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만든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서도 정작 이별의 두려움에 몸을 떨게 된다. 떠난 어머니가 바쁜 일상 때문에 약속된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이는 돌아온다는 약속도 믿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현재의 대상에게, 현재의 사랑이 떠나갈까 과도하게 집착하고 스스로를 속박한다.
세상은 애초에 혼자 살아가는 거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어릴 적 충분한 보살핌을 통해 형성한 안정된 내면에서는 혼자임을 충분히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갓난아이 시절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험은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치를 떨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마저 극복할 수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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