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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

by 전갈 2022. 3. 29.

2022년 1월 9일(일)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은 불교의 법화경에서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헤어진 후에는 다시 만난다. 사람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일과 사물과 자연과 만나고 헤어지는 일 또한 그와 다르지 않다. 불멸한 만남은 없고 또 영원한 이별도 없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고 또 인연이 다하면 영영 헤어진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만났을 때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여 너무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또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날 수가 있으니 기다림의 설렘을 간직한다면 헤어짐의 슬픔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듯 모든 만남과 이별을 대할 때의 우리는 ’가야 오고 오면 가야 한다‘는 말씀을 깨달을 때 이별의 고통이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인연과 만났다가는 헤어진다. 그때마다 우리는 상처받고 마음의 고통에 몸부림친다. 붓다가 말한 일체개고(一切皆苦), 즉 세상 모든 괴로움의 하나이다. 모든 것이 괴로움이고 슬픔이다. 그런데 그 괴로움과 슬픔은 다른 곳에서 온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붓다는 세상이 온통 괴로운 까닭은 현실 혹은 세상 그 자체가 괴롭다거나 괴로움으로 뒤범벅된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은 그렇지 아니한데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괴로움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기에 고정된 것이 없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세계다. 그런데 나는 그저 눈앞만 보며 세상은 고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나이를 먹지만 나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잊고 마치 평생을 지금처럼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바로 거기서 괴로움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것이 늘 변화하고 고정불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친다면 우리는 욕심을 버리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7290617#home



호주 출신의 작가이면서 호주의 한 요양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오랫동안 간호한 브로니 웨어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라는 책을 저술했다. 사람들은 꼽은 후회 가운데 첫째는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정한 ‘나 자신’으로서 살지 못한 것‘이다. 둘째는 ’직장 일에 너무 바빴다는 것‘이고, 셋째는 ’감정 표현에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넷째는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이고, 다섯 번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들을 자세히 보면 모두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당장에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 다음에 시간이 나면 할 것이다. 지금은 돈을 벌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그때 하면 된다. 남은 시간이 넉넉하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다. 즉, 상대는 변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고 내게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든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시간은 금방 가버리고 상대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 돈도 제대로 벌리지 않고 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삶은 괴롭고 고통으로 가득하다. 일체개고다. 만일 세상은 기다리지 않고 늘 변화하기에 지금 행복을 구하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누구나 결단을 내릴 것이다. 즉, 제행무상의 이치를 깨친다면 당장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사람들은 돈만 벌면,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행복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돈이 많다면 내 존재감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행복이든 존재감이든 어느 것도 실체가 없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상호관계에서 의존하고 변화하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른다. 즉, 세상에는 고정된 실체라고는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 사상을 모르고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같은 실체를 잡으려 헤맨다. 그때그때 현실에 만족하고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의 삶은 덜 괴로울 것이다.

붓다는 제행무상하고 제법무아한 세상에는 아무것도 불변한 것이 없고 실체도 없는 허상뿐이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행유상하고 제법유아한 것처럼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없고 실체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그것을 찾아 헤매니 인간의 삶은 모두가 괴로움은 일체개고의 세상인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괴로움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데 그 까닭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괴로움이다. 따라서 괴로움은 밖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온다. 따라서 올바른 지혜(반야 · 보리)를 통해서, 이러한 자기모순에 빠진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욕망을 버리고 집착에서 벗어날 때 열반의 경지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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